검색

이슈-손보업계 시름 깊어지는 정책성보험

손해율 악화불구 보험료 인하‧보장강화 압박 ‘최소한의 수익’ 따라야 개선 가능하다

- 작게+ 크게

이재홍 기자
기사입력 2021-04-12

▲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해 농작물재해보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위)와 손해방지의무를 소개하고 있는 환경책임보험사업단 공식 블로그(아래)


[보험신보 이재홍 기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정책보험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정책성보험에 대한 손해보험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율은 지속 높아지는데 해외 재보험사들의 요율 인상과 언더라이팅 강화 움직임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계속해서 보험료 인하와 보장 확대에 초점을 맞춘 개선만을 요구하고 있어 손보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업계는 방대한 위험 부담을 전적으로 민간 기업들에게만 전가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손보사의 경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커지면 사회적으로 필요해서 추진되는 정책보험사업을 외면하는 상황도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손해는 아닌 수준에서 운영돼야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며 정책보험 방향 수립에 있어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손보사들의 의견이 더욱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

기존 사고와 무관 3년간 낮은 요율 적용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이 대표적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NH농협손해보험이 주 사업자이지만 타 손보사도 재보험을 통해 참여하고 있으며 가축재해보험은 농협을 비롯해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운영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은 특성상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태풍이 있었던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150%에 육박하며 지급 보험금이 1조원을 넘겼다. 

 

전년도인 2019년에도 손해율은 186%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재보험 출재가 쉽지 않았다. 글로벌 재보험사들은 자연재해가 많았던 국내 물건의 요율을 큰 폭으로 인상했고 정부가 위험의 50%를 인수하고 나서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정책성보험인 덕에 정부 지원이 이뤄져 지속 운영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손보사가 치솟은 손해율을 관리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농협의 의견 수렴과정은 있지만 결국 농작물재해보험의 사업계획은 전적으로 농림부가 결정한다. 

 

농림부는 이같이 높은 손해율에도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 방향을 가입률 제고와 보장범위 확대에만 맞추고 있다. 

 

일례로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기존에 발생한 사고 여부와 관계 없이 3년간 낮은 요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자기부담비율 10%와 과수 4종에 대한 70% 보장상품 가입기준도 낮췄다.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률은 45%를 기록했다. 농림부의 생각은 이를 끌어올려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지만 손보사로서는 부담이 크다. 

 

45%의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이 1조원을 상회하고 손해율도 150%에 달하는 상황에서 낮은 요율을 적용받는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지난해 수준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5%의 가입자가 늘었을 때 증가할 손해액은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가축재해보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축재해보험에서는 손해방지비용과 대위권 보전비용, 잔존물 보전비용에 대한 자기부담금 적용을 배제하도록 바꿀 계획이다. 

 

축산농가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 농림부의 설명이지만 손보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수건물화재보험

‘특수건물 공동인수 보험료 할증’ 수용안돼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화재보험 가입이 거절된 특수건물을 공동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위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위험 수준에 따른 보험료 할증도 불가능하고 전체 시장점유율에 따라 배분하는 구조로 진행, 결국 대형사로 부담을 전가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시각이다.

 

특수건물은 화재보험 가입이 법적 의무로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일부 위험성이 큰 건물의 경우 손보사가 가입을 거절, 미가입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입 대상 중 미가입률은 7%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각은 위험성이 큰 건물일수록 더욱 보험 가입을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입이 거절된 특수건물의 화재보험계약을 화재보험협회가 일괄 인수하고 다시 손보사들에게 분배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손보업계 역시 이같은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방안에서 의견이 갈렸다. 

 

손보사들은 위험성이 큰 건물인 만큼 자동차보험의 공동인수와 마찬가지로 각사별 개별요율을 더해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도록 하기를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건물 화재보험 공동인수에는 보험개발원이 산출한 표준요율이 적용된다.

 

분배 기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자보와 달리 공동인수 물건을 나눌 때 해당 보종의 점유율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뒀다는 이유다. 

 

화재보험계약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장기인보험계약이 많으면 공동인수 특수건물의 위험을 크게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특정 손보사에게는 자사 화재보험 손해율에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 

 


 

▨중고차성능·점검책임보험

국토부 방안은 손보사 고충해결과 거리

 

중고차성능·점검책임보험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손해율 측면보다 분쟁이 크다.

 

이 역시 국토교통부의 방침으로 중고차를 판매하는 업체가 모두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정책보험인데 농업정책보험, 환경책임보험 등 타 정책보험과의 차이는 손보사의 개별 의지로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허위·부실 성능상태점검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귀결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제도를 추진했지만 초반 논의 단계부터 현재도 끊임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정비업계와 매매업계,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보험료 부담의 주체는 물론 보상 기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분쟁이 있을 때마다 국토부가 내놓은 방안들이 손보사의 고충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성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책임을 왜 매매업계가 져야 하냐는 반발에는 판매가에 보험료를 포함,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했고 정비업계의 항의가 있을 때마다 일관성 없이 수정된 보상 기준은 소비자와 손보사 현업부서의 혼란을 키웠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변경된 보상 기준으로 손보사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점검이 불가능한 경우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 골자인데 이는 보험의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보장해야 할 범위가 줄어든 만큼 수익적 측면에서 호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되레 현업부서의 고충이 커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한 양상이 됐다.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성능점검책임보험의 보상 기준은 손보사가 임의로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라 전적으로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같은 지침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 소비자나 정비업체는 손보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현업부서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경책임보험

환경부 간접손해 폭넓게 인정등 조정 요구

 

환경책임보험에서도 보험료 인하와 보장범위 확대를 위한 계획만 지속 추진되고 있다. 

 

오는 2022년 6월까지 운영되는 환경책임보험 2기 사업에는 컨소시엄 주관사인 DB손해보험을 비롯해 삼성화재와 현대, AIG손해보험,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책임보험을 주관하는 환경부는 최근 3년간 손해율이 10%를 밑돌고 있는 만큼 의무가입자의 부담 완화 및 실질적 혜택 증대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다수 연구용역을 거쳐 구체적인 개선 추진 방향을 내놓기도 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간접손해의 폭넓은 인정, 사업장 전체 시설로의 책임담보 범위 확대, 손해방지비용에서의 자기부담금 제외, 자연환경 훼손의 환경오염피해 범주 포함 등이 주된 골자다. 

 

이와 관련 손보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손해율이 낮은 모습이지만 환경오염의 특성상 하나의 사고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환경책임보험 도입이 논의될 당시에는 모든 손보사가 공동으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환경오염사고로 인한 점진적 피해까지 보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부담을 느낀 손보사들이 참여를 포기하고 DB와 AIG, 농협 3개사만 1기 사업을 운영했다.

 

2기 사업에는 새로 들어온 삼성과 현대 외에 메리츠화재와 한화, 롯데손해보험, KB, 하나손해보험(당시 더케이손해보험)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었다.

 

이는 점진적 피해 등 거대 위험으로 인한 손해율이 140%를 초과하면 재보험을 통해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환경부의 계획대로 보험료는 낮추면서 보장범위를 크게 넓히게 되면 손보사 입장에서는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자연환경 훼손까지 보장영역에 포함할 경우 하천, 산림 등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안대로라면 자연환경 훼손 피해도 환경책임보험에서 보장하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손해방지비용에서는 자기부담금을 없애는 모습이 된다”며 “환경책임보험의 손해율이 낮다고 해도 5개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전체 보험료 규모가 700억원대에 불과해 수익을 위해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보기 힘든데 구태여 위험 부담까지 안고 갈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텔레그램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보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