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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공회전 거듭 ‘자동차보험정비 상생협약’

손보-자동차업계 시각차이 극명 ‘차량 先 손해사정 시범사업’부터 브레이크
진행중단 이유 ‘준비부족’‧‘비협조적 태도’ 엇갈려
손보업계, “정비업체의 부품 수급업무까지 대행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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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기자
기사입력 2020-09-14

  ©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신보 이재홍 기자] ‘자동차 보험정비 분야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권익 증진을 위한 상생협약’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추진안으로 시작한 ‘차량 先 손해사정 시범사업’부터 삐걱대고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진행이 거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손해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정비업계는 손해보험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 손보사들은 손사 프로세스에 대한 정비업계의 이해도와 준비 부족을 문제로 꼽는다.

 

양 업계의 입장 차는 오는 10월 출범할 보험정비협의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상생협약

 

지난해 10월1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손보업계, 정비업계, 소비자연대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자보 수리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잦은 분쟁을 개선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보 점유율 상위 4개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참여했다.

 

협약을 주도한 중기부는 이에 앞서 서울시와 합동으로 자보 정비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었다.

 

중기부는 정비업체가 차량을 수리한 뒤에야 손보사의 손해사정이 진행되는 방식 탓에 정비요금 감액, 미지급, 지연지급 등의 분쟁이 빈번했다고 봤다.

 

또 자동차 소유자에게 자세한 손사 내역이 제공되지 않는 점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정비됐고 정비요금은 얼마인지, 자기부담금은 얼마이고 보험료는 얼마나 할증되는지 등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보업계와 정비업계는 협약에 따라 선 손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차량 수리에 앞서 손보사가 손사를 먼저 진행하고 해당 사정서를 통해 정비내역을 제공, 이후 정비업체가 수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선은 서울 지역에서 1년간 시범운영을 거친 뒤 향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협의됐다.

 

협약 당시에는 손보업계와 정비업계 모두 기대감을 나타냈다. 불필요한 분쟁이 감소될 것이라는 기대 이유까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량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단체 또한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시범사업

 

이해 당사자들이 공감한 것과 대비, 실제 시범사업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렸다. 상생협약 체결 후 3개월이 지난 올해 2월에서야 실무진들의 회의가 열렸다.

 

여기에는 일부 정비업체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손사가 먼저 진행되면 차량 수리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손사 과정만큼 늘어날 수리시간과 수리 중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손사 내역에 포함된 부분이 아니면 처리할 수가 없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정비업체가 감내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후 2월에 열린 실무진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됐다. 200만원 이하의 수리비가 산정되는 경우에만 우선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2019년 기준 사고 한 건당 자동차 평균 수리비 수준(국산차 113만원, 수입차 285만원)을 감안했다. 또 이보다 수리비가 큰 사고건의 경우 되레 선 손사에서 산정된 금액을 놓고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서울에 더해 대구 지역에서도 시행하기로 했던 시범사업은 이로부터 다시 3개월이 지난 5월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시작됐다.

 

▨사실상 중단

 

어렵게 시작된 시범사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7월에는 정비업계가 손보업계의 상생협약 불이행 사례를 중기부에 전달했다. 중기부는 이에 따라 손보업계에 협약 이행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파장도 커지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선 손사를 하려면 정비업체에서 먼저 견적서를 보내주고 나서 진행이 돼야 하는데 일단 정비업체로부터의 요청이 거의 없다”며 “이같은 프로세스에 대한 개별 정비업체의 이해도나 준비가 부족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비업계는 상생협약에 대한 손보사의 이행 의지를 지적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에 반해 일방적으로 특정 견적프로그램(AOS) 사용을 강요하거나 지정 부품사 거래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AOS의 경우 수리시간 등에서 손보사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다는 것이 여러 정비업자들의 생각”이라며 “대체 가능한 다른 견적프로그램이 있는데도 무조건 AOS를 쓰라고 하는 것부터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비업계는 일부에서 견적서 접수일로부터 10일 이내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제기한다. 10일 이내 보험금 지급은 상생협약에서 정한 원칙으로 엄연한 협약사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금 지급 원칙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의 통상적인 기준이고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거나 할 때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이같은 사례의 대부분은 적절한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품 문제 시각차 커

 

시범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양 업계 모두 부품 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수입차 수리 때 손보사가 지정하는 부품사와의 거래를 요구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세한 개별 정비업체의 경우 부품사와의 단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손보사가 부품사로 부품비용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자보 보상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라고 일축한다. 손보사는 자보 고객을 대신해 사고를 처리하는 것인데 정비업체의 부품 수급업무까지 대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지정 부품사와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은 적정한 품질이 보장되면서 합리적인 비용의 부품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지 이로 인해 비용이 증대될 우려는 없다는 점도 들고 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보 수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품비용인데 손보사도 더 비싼 부품을 사용하도록 종용하지는 않는다”며 “일부 정비업체가 주장하는 부품비용 직접 지급은 결국 자신들의 업무를 줄이고 보여지는 소득 규모를 낮춰 과세 혜택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분쟁 시점만 분산됐다’ 비판도
“수리비 관련 입장차이 정리한뒤 접근해야”

 

선 손사제도가 표류하면서 결국 수리 이후 발생하던 수리비 관련 분쟁이 수리 이전과 이후로 발생 시점만 분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양 업계간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져 앞으로의 협력체계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협약 당시에도 궁극적으로 양 업계의 수리비 관련 입장 차가 정리되지 않으면 손사 시행 시점의 변경만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며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향후 전국적으로나 모든 손보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정비업체 관계자는 “선 손사제도 시행에 앞서 수리비 등 보다 궁극적인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며 “정비업체와 손보사가 갈등을 빚는 이유가 결국은 수리비 규모 때문인데 이는 견적을 내고 수리하는 시기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운영에 주목

 

손보업계와 자동차정비업계의 이목은 10월 출범 예정인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로 쏠리고 있다.

 

표준공임과 작업시간 등을 논의, 양 업계의 고질적인 분쟁 요소였던 정비요금 관련 분쟁을 해소할 목적으로 마련된 창구이기 때문이다.

 

양 업계는 기본적으로 분쟁 개선이라는 목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협의회를 통해 양 측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비요금체계를 마련하고 나아가 사실상 멈춰선 선 손사제도 시범운영에도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생협약과 선 손사제도로 인해 고조된 갈등이 협의회 운영에 단기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협업해야 하는 업권의 특성상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선 손사제도가 활성화됐을 때의 효과는 정비업계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세부 방식에서의 의견 차이로 진행이 더딜 뿐 이를 잘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적의식은 손보업계와 공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관계자 또한 “합리적인 자보 수리문화가 구축된다면 손보업계나 정비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며 “상생협약과 협의회 등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비업계와 협업해야 할 일들이 많은 만큼 소모적인 분쟁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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